심야 라디오 #7 - 번호표

 점심시간이 지난 텅 빈 은행 지점 창구에 홀로 앉아 있었다.


대기 손님이 전혀 없는데 순번 대기표 발권기가 규칙적으로 찌익 소리를 내며 종이를 뽑았다.


기계 오류인가 싶어 쳐다보았다. 그러자 띵동 소리와 함께 천장 전광판에 번호가 표시되었다.


"23번 고객님, 3번 창구로 모시겠습니다."


창구 직원이 허공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아무도 일어설 사람이 없었다.


잠시 후 다시 띵동 벨이 울렸다.


"23번 고객님 계십니까."


직원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세 번째 호출에도 대답은 없었다.


이윽고 내 번호인 24번이 불려 3번 창구로 다가갔다.


신분증을 건네받은 직원이 모니터를 들여다보더니 사색이 되어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고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직원의 떨리는 시선을 따라 비스듬히 놓인 모니터 하단을 살펴보았다.


업무 처리 화면에 붉은색 팝업창이 떠 있었다.


[사망자 계좌 정리 및 명의 말소 대기]


23번도 내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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