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안부두 냉동탑차의 노크 소리

 이 이야기는 제가 사업 부도로 떠안은 카드 빚과 차량 할부금을 갚기 위해 인천 연안부두에서 부산 자갈치시장까지 5톤 현대 메가트럭 냉동탑차를 몰며 수산물 야간 특송을 뛰던 2014년 겨울의 실화입니다.

겨울철 냉동 화물 기사들의 일상은 혹독합니다.

특히 냉장 상태가 아닌 냉동 수산물은 적재함 내부 온도를 반드시 영하 18도에서 영하 20도 사이로 칼같이 유지해야 합니다.

온도가 1도라도 올라가 냉동 명태나 냉동 오징어가 녹아내리면 수천만 원의 변상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날은 1월 중순, 살을 에는 칼바람과 함께 진눈깨비가 흩날리던 목요일 밤이었습니다.

밤 11시 40분, 인천 중구 항동 연안부두 제2냉동창고 하역장.

저는 지게차 기사들과 함께 꽁꽁 얼어붙은 원양어선 수산물 박스 450개를 적재함 안쪽 끝까지 빈틈없이 빽빽하게 상차했습니다.

상차를 마치고 두꺼운 고무패킹이 둘러진 육중한 뒷문을 닫은 뒤, 쇠빗장 레버를 온 힘을 다해 젖혀 '철컥' 소리가 나도록 이중으로 걸어 잠갔습니다.

그리고 운전석에 올라 메인 냉동기 스위치를 올렸습니다.

"쿠구구궁-"

차체 하부의 서브 엔진 디젤 콤프레샤가 덜덜 떨리며 육중하게 가동되기 시작했고, 운전석 온도 컨트롤러 액정의 숫자가 영하 5도, 영하 12도, 그리고 최종 목적 온도인 -18.5°C로 빠르게 떨어졌습니다.

영하 18도의 밀폐된 냉동탑차 안은 방한복을 입지 않은 인간이라면 단 5분 만에 저체온증으로 의식을 잃고, 20분이면 폐까지 얼어붙어 사망하는 완벽한 동결의 밀실입니다.

자정 12시 30분, 트럭을 몰고 부두를 빠져나와 경인고속도로로 진입했습니다.

새벽 1시 20분경, 서인천IC를 지나 신월 방향으로 달리던 중이었습니다.

고속도로 아스팔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동과 디젤 엔진 소음 너머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쿵... 쿵... 쿵...

운전석 시트 바로 뒤편.

두께 10센티미터의 우레탄 단열재와 알루미늄 철판으로 격리된 냉동 적재함 앞쪽 벽면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처음에는 상차한 수산물 박스 결속 끈이 풀려 화물이 흔들리며 벽을 치는 소리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소리는 화물의 불규칙한 쏠림이 아니었습니다.

쿵... 쿵... 쿵...

약 2초의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마치 사람이 주먹이나 단단한 얼음덩어리로 벽면 한 지점을 일정한 힘으로 두드리는 '노크 소리'였습니다.

온도 컨트롤러 액정을 확인했습니다. 현재 온도 -18.4°C.

"화물이 무너졌나...?"

불안해진 저는 비상 깜빡이를 켜고 시흥IC 부근 갓길에 차를 세웠습니다.

엔진 시동을 끄지 않고 목장갑을 낀 채 차 밖으로 내려왔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진눈깨비가 앞 유리를 때리고 있었습니다.

트럭 뒤편으로 걸어가 냉동탑 뒷문 앞에 섰습니다.

쇠빗장 레버에는 고속 주행 중 튄 흙탕물과 서리가 얼어붙어 꽁꽁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발로 레버를 차서 얼음을 깨뜨린 뒤, 온 체중을 실어 빗장을 젖혔습니다.

치이익-

문틈이 30센티미터쯤 벌어지는 순간, 폐 속을 얼려버릴 듯한 자욱한 하얀 냉매 안개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손전등 불빛으로 하얀 수증기 속 적재함 내부를 비추었습니다.

좌우로 높게 쌓인 냉동 박스들은 단 하나도 무너지지 않은 채 완벽하게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냄새였습니다.

생선 비린내가 아니었습니다.

물에 젖은 오래된 솜이불이 썩어 문드러진 냄새와, 묘지 흙탕물 냄새 같은 지독하게 서늘하고 역한 악취가 냉기와 함께 뿜어져 나왔습니다.

손전등 불빛을 천천히 가장 깊숙한 안쪽 모서리, 운전석 격벽 쪽으로 비추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제 심장이 얼어붙었습니다.

박스 더미 맨 안쪽 좁은 틈새 바닥.

그곳에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사람이었습니다.

낡아빠진 회색 패딩 조끼와 흙투성이 청바지를 입은 한 남자가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안은 채 적재함 구석에 웅크려 있었습니다.

온몸에 하얗게 고드름과 성에가 서려 있었고, 속눈썹과 머리카락은 얼음 조각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노숙자가 부두에서 몰래 기어들어 와 갇힌 것이라 생각한 저는 사색이 되어 소리쳤습니다.

"아저씨! 괜찮아요?! 얼른 나와요!"

그러나 그 순간, 손전등 불빛 아래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바스락...

얼어붙어 있던 남자의 눈꺼풀이 서리를 깨뜨리며 천천히 치켜 올라갔습니다.

손전등 빛을 받은 그의 눈동자에는 생명의 빛이 없었습니다.

눈동자 전체가 푸르스름한 얼음 조각처럼 탁하게 동결되어 있었고, 새파랗게 질린 입술은 이미 얼어 터져 검붉은 피딱지가 턱밑까지 굳어 있었습니다.

그것의 뻣뻣하게 얼어붙은 목관절이 '우두둑' 꺾이며 저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바닥을 기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관절이 얼어 굽혀지지 않는 다섯 손가락으로 알루미늄 바닥 골판을 긁으며, 뱀처럼 미끄러지듯 문 쪽을 향해 다가왔습니다.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얼음이 얼어붙은 턱관절이 딱딱 부딪히며, 그것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갈라진 쇳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추워... 문... 닫아줘..." "...추워... 문... 닫아줘..."

그것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몇 날 며칠 전에 얼어 죽어 굳어버린 시신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성을 잃은 저는 비명을 지르며 문짝을 잡고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당겼습니다.

쾅!

육중한 냉동탑 문이 닫히며 쇠빗장이 걸렸습니다.

그 순간, 문 안쪽에서 미친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쾅! 쾅! 쾅! 쾅!

그것이 문 안쪽에서 머리와 온몸으로 두꺼운 냉동 도어를 들이받고 있었습니다. 5톤 트럭 차체가 좌우로 휘청거릴 정도의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오줌을 지린 채 운전석으로 기어올라가 기어를 넣고 엑셀을 밟았습니다.

시속 130km. 계기판 바늘을 꺾으며 서해안고속도로 매송휴게소 파출소까지 단 15분 만에 광란의 질주를 했습니다.

휴게소 주차장 불빛 아래 차를 들이받듯 세우고 파출소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살려주세요! 차 뒤에... 차 뒤에 얼어 죽은 사람이 있어요!"

경찰관 두 명이 권총을 꺼내 들고 저와 함께 트럭 뒤로 다가왔습니다.

경찰관이 조심스럽게 쇠빗장을 젖히고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적재함 안은 고요했습니다.

하얀 냉기 안개가 걷히고 드러난 화물칸 안쪽 구석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경찰관들이 헛소리하지 말라며 저를 다그치려던 바로 그 순간, 손전등을 비추던 베테랑 경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적재함 안쪽 철문 표면.

하얗게 서려 있던 성에 얼음 위에,

사람의 손톱이 뒤집힌 채 피눈물과 함께 유리를 긁어내린 손바닥 자국과,

이마를 미친 듯이 들이받아 으깨진 핏자국이 영하 18도의 냉기 속에 선명하게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다음 날 부두 선배 기사를 통해 들은 내력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몰던 그 중고 5톤 냉동탑차는 3년 전 겨울, 연안부두 하역장에 주차되어 있던 중 갈 곳 없는 부두 노숙자 한 명이 추위를 피해 몰래 기어들어 갔다가,

다른 기사가 안에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문을 잠그고 냉동기를 켠 채 사흘간 방치해 영하 20도에 온몸이 꽁꽁 얼어붙어 동사했던 바로 그 비극의 차량이었습니다.

저는 그날로 차를 헐값에 매각하고 화물 운전을 영원히 접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한겨울 마트 냉동식품 코너에서 자욱하게 뿜어져 나오는 하얀 냉기를 볼 때마다,

영하 18도 얼음 속에서 저를 올려다보며 문을 닫아달라 속삭이던 그 푸른 눈동자가 떠올라 숨을 쉬지 못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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