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
사업이 완전히 망해 빚쟁이들을 피해 야반도주하듯 지방 소도시 버스터미널에 내렸다. 주머니에 남은 전 재산은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세 장. 새벽 2시, 인적 없는 로터리에 서 있던 낡은 은색 택시에 올라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기사의 목소리는 메말라 있었다. "그냥... 갈 수 있는 데까지만 가주세요."
택시는 어둠 속을 달렸다. 그런데 차창 밖 풍경이 이상했다. 번화가나 모텔촌이 아니라, 점점 가로등조차 없는 산길 샛길로 꺾어 들어가고 있었다. 불안해진 내가 입을 열려던 찰나, 백미러로 눈이 마주친 기사가 먼저 툭 뱉었다.
"손님 내릴 곳, 저기 다리 아닙니까."
앞 유리창 너머로, 안개 속에 잠긴 검은 강물 위의 높은 콘크리트 다리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내가 주머니에 마지막 돈을 쥐고 터미널에 내렸을 때부터,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 다리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리 초입에 차가 멈춰 섰다.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의 지폐를 꺼내 기사석으로 내밀었다. "얼마... 나왔나요."
하지만 운전석은 텅 비어 있었다. 사이드브레이크가 채워진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동이 꺼진 룸미러 아래, 뒷좌석 시트 위에 누렇게 바랜 신문 스크랩 한 장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지난 10년간 대교 투신 실종자 42명 전원 수습 불가]
그 기사 헤드라인 옆 귀퉁이에, 붉은 펜으로 삐뚤빼뚤하게 적힌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
'먼저 가려던 사람은 여기 다 있다.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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