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서울로 이사 갔던 친구 B가 여름휴가를 맞아 몇 년 만에 고향에 내려왔다. 동창 넷이서 새벽까지 부어라 마셔라 술을 들이켰고, B는 완전히 곯아떨어졌다. 비틀거리는 B를 업고 가던 친구 A가 짓궂은 장난을 제안했다.

"야, B 어릴 때 살던 저 집 알지? 10년 전에 폐가 됐잖아. 저기 눕혀놓고 아침에 놀래켜주자."

B는 오래전에 타지로 떠났기에 자기 옛집이 흉가가 된 사실을 몰랐다. 우리는 키득거리며 잡초가 무성한 마당을 지나, 문짝 떨어진 빈방 방바닥에 B를 눕혀놓고 곁에 나란히 기대어 앉았다.

새벽 3시쯤 되었을까. B가 부스스 눈을 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헝클어진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야... 너희 언제 이사 왔냐? 집 구조가 낯선데."

우리는 장난이 제대로 먹혔다며 입을 틀어막고 큭큭 웃었다. 그런데 B가 툇마루 너머 어두운 마당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저 사람들은 누구야? 아까부터 넷이서 마당에 줄 서서 우리 방만 쳐다보고 있는데."

마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달빛 아래 흔들리는 잡초뿐이었다.

다음 날 깬 뒤 알게 되었다. B가 어릴 때 살던 진짜 옛집은 그 폐가가 아니라 바로 옆 블록의 집이었다. 우리가 들어갔던 그 폐가는 10년 전 일가족 넷이 한밤중에 집단 실종되었던 흉가였다.

B가 낯설다고 했던 건 집 구조가 아니었다. 그날 밤 마당에 줄지어 서서 우리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던 사람도, 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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