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의 유턴 경로

 새벽 1시 30분을 넘긴 시각,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 나들목 인근은 대형 화물 트레일러 전복 사고로 인해 양방향 본선이 전면 통제되어 있었다. 충북 충주에서 문경을 거쳐 대구로 향하던 1톤 특송 냉동탑차 운전사 강태석은 담배를 거칠게 비벼 끄며 핸들을 꺾었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가로등 하나 없는 37번 국도 산악 구간으로 우회하기 위해서였다.

충주호 상류 지류와 깊은 산골짜기에서 피어오른 짙은 물안개가 앞 유리를 빠르게 뒤덮었다. 와이퍼가 삐걱거리며 유리 표면을 긁어냈지만 시야는 15미터 앞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라디오에서는 불길한 백색 잡음이 계속해서 귓전을 찔렀고, 차창 밖으로는 굽이치는 아스팔트 위로 트럭의 하이빔 불빛만이 창백하게 길을 비출 뿐이었다.

첫 번째 가파른 고개를 넘어 내리막 급커브를 돌던 순간이었다.

푸르스름한 전조등 불빛 중앙, 도로 전체를 가로지르듯 놓인 길쭉하고 검은 물체가 갑자기 시야에 들어왔다.

"큭!"

강태석은 본능적으로 브레이크 페달을 바닥 끝까지 짓밟았다.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차체가 사납게 요동쳤다. 범퍼에서 불과 3미터 떨어진 아스팔트 위에 그것이 누워 있었다.

사람이었다.

피비린내와 진흙탕물에 찌든 낡은 가마니 거적때기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덮어쓴 채, 도로 양쪽 차선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반듯하게 누워 있는 사체의 형상이었다. 거적때기 틈새로는 흙투성이가 된 맨발의 뒤꿈치가 허옇게 삐져나와 있었다.

뺑소니 사고인가 싶어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열려던 바로 그 찰나, 등골을 타고 얼음장 같은 오한이 훑고 지나갔다. 인가 하나 없는 심야의 산악 도로 한복판에 왜 시신이 마치 인위적으로 누군가의 통행을 가로막으려는 듯 반듯한 자세로 누워 있단 말인가.

불길한 한기를 직감한 그는 차 문을 걸어 잠그고 변속 레버를 후진으로 넣었다. 차를 급히 돌려 300미터 뒤에 있던 샛길 지방도로로 우회하기로 결심했다. 대시보드 거치대에 올려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터치했다.

"경로를 이탈하여 재탐색합니다. 500미터 앞 우회전하십시오."

기계적인 여성 안내 음성이 고요한 차내에 울려 퍼졌다. 좁고 굽이치는 산길 농로를 따라 약 10분간 주행했을 때였다. 완전히 다른 산등성이를 넘었다고 확신하며 코너를 도는 순간, 헤드라이트 불빛에 다시 그것이 나타났다.

도로 한복판.

조금 전 보았던 것과 정확히 똑같은 각도, 똑같은 방향으로 길을 가로막고 누워 있는 낡은 거적때기의 사체였다.

"말도 안 돼..."

강태석의 두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분명 아까 고갯길과 반대 방향으로 3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지선 도로였다. 그런데 어떻게 그 사체가 또다시 차 앞을 가로막고 있단 말인가.

그는 미친 듯이 핸들을 꺾어 차를 돌렸다.

하지만 기괴한 악몽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좌회전을 하든, 산길 임도로 빠지든, 내비게이션 화면이 붉은색으로 점멸하며 '경로를 재탐색합니다'를 연발할 때마다 5분 뒤 차가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도로 한복판에 누워 있는 그 거적때기 사체였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공간 자체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버린 것 같았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종착지는 사체의 앞이었다.

여섯 번째로 그 자리에 멈춰 섰을 때, 계기판의 주유 경고등에 노란 불이 번쩍 들어왔다. 연료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밖에서는 차가운 밤바람에 거적때기 짚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음산하게 들려왔다.

스르륵-

사체를 덮고 있던 거적때기 끝자락이 서서히 들려 올라갔다.

흙투성이 맨발의 발가락 열 개가 헤드라이트를 향해 지네 다리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꺼져 있던 차내 오디오 스피커에서 라디오 주파수가 사납게 찢어지더니, 낮게 깔린 노인의 쉰 목소리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치이익... 츠스스... 밟고 가라... 돌아가지 말고... 밟고 넘어가야 열린다..."

머리칼이 쭈뼛 솟구쳤다. 이것은 피해 달아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피하면 피할수록 공간을 옭아매어 차를 제자리로 끌고 오는 지독한 결계였다.

기름 게이지 바늘이 영점 아래로 떨어진 것을 본 강태석은 이를 악물었다.

"에라, 빌어먹을!"

그는 기어를 1단에 넣고 가속 페달을 바닥 끝까지 짓밟았다.

엔진이 굉음을 토하며 1톤 트럭이 사체를 향해 돌진했다.

쿵! 우두둑-

앞바퀴 밑바닥으로 육중한 뼈와 살점이 짓이겨지는 소름 끼치는 진동이 스티어링 휠을 타고 온몸으로 전달되었다. 차체가 붕 떴다가 바닥으로 사납게 내려앉았다.

그는 앞만 보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포 속에서 룸미러를 힐끗 올려다보았다.

룸미러 속 아스팔트 도로 위에는 핏자국도, 거적때기도, 사체의 파편도 거짓말처럼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말끔한 도로만이 뒤로 멀어지고 있었다.

동시에 먹통이었던 내비게이션에서 정상적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300미터 앞 괴산 톨게이트 입구입니다. 안전 운전하십시오."

트럭은 무사히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그러나 며칠 뒤, 도로교통공단 관제실 야간 근무자들은 37번 국도 해당 구간의 CCTV 영상을 돌려보다가 기이한 장면을 발견했다.

안개가 자욱한 심야의 굽이진 도로 위에서, 한 대의 화물 밴이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도로 한가운데를 멈춰 서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후진과 유턴을 정확히 여섯 번 반복한 뒤, 마지막에 가속 페달을 밟고 허공을 향해 돌진하듯 덜컹거리며 빠져나가는 모습이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차량 밑바닥에는 아무것도 치인 것이 없었지만, 그 화물 트럭의 앞 타이어 트레드 홈 사이에는 수십 년 전 매장할 때나 쓰던 썩은 가마니 짚풀 조각들이 한 움큼 짓이겨진 채 박혀 있었다.


[고전 가담항설 원전 고찰: 구비문학대계 《송장귀신》 기록]

이 이야기는 한국 정신문화의 기층 설화를 집대성한 《한국구비문학대계 6-12》(전남 보성 편)에 실제 구술 채록되어 전해지는 고전 야담 《채알[천막]귀신과 송장귀신》의 핵심 기록을 현대의 로드 호러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당대 민간에 널리 퍼져 전승되던 기록에 따르면, 야심한 밤 험준한 산악 고갯길을 홀로 넘어가던 길손들 앞에 거적때기를 뒤집어쓴 시신이 길 한복판을 가로막고 눕는 기이한 변괴가 잦았다고 전해집니다. 이를 불길하게 여겨 다른 산길로 멀리 우회하여 돌아가면, 몇 리를 걸어 넘은 다른 고갯마루 한가운데에 정확히 똑같은 사체가 먼저 와서 길을 가로막고 누워 있어 기어이 길손의 진을 빼놓아 탈진해 죽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전해지던 이 섬뜩한 결계를 깨뜨리는 유일한 해법은, 공포에 질려 물러서거나 피하지 않고"두려움을 짓누른 채 그 시신의 위를 신발로 짓밟고 넘어가야만 비로소 허깨비의 결계가 깨어지고 본래의 길이 열린다"는 냉혹한 법칙이었습니다.

천년 전 산길을 걷던 길손이나, 인공위성 GPS와 첨단 내비게이션을 켜고 질주하는 현대의 화물 기사나, 공포를 마주했을 때 회피하려는 인간의 본능과 그 틈을 파고드는 악령의 순환(Loop) 결계는 시대를 뛰어넘어 서늘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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